효율성, 꿈, 사랑

팀장을 맡게 된 지 이제 겨우 반년이 지났다. 팀장을 맡자마자 큰 사건을 겪었고, 그 사이 한 차례 더 조직개편이 있었다. 새로운 리더분과 함께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 하느라 매일 밥 먹듯이 야근을 했다. 그날도 밤 11시까지 사무실에 앉아 작업을 할 때쯤, 나에게 팀장 자리를 제안해주신 이사님이 다가와 말을 건네셨다. ‘팀원들은 요즘 어떤지’, ‘100점 만점에 몇 점짜리 팀장인 것 같은지’ 등의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던 중,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. “동기씨가 이 팀에서 가장 효율적인 사람이에요.”

반년 사이에 팀원의 숫자가 6명에서 2명으로 줄었다. 나는 굳이 붙잡지 않았다. 회사는 매달 적자를 기록했고, 이대로 가다간 창업 후 3년 차에 겪는다는 ‘죽음의 계곡’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았다. 비용을 줄이면서도 동시에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했다. 이런 생각을 가지고 일하다 보니 윗사람이 보기에도 티가 났을 것이다. 저 말을 들은 당시에 저게 칭찬인지 욕인지 몰라 잠시 말문이 막혔던 기억이 난다.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스다 무네아키의 <지적자본론>을 읽고 나서, ‘조직을 효율적으로 재구성 해야 한다’라는 확신을 가지고 밀어붙혔던 것이 잘못됐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.

마스다는 “기획 회사라는 조직의 완성도를 효율성으로 측정한다는 것 자체가 우습다”라고 말했다. 기획회사인 CCC도 그렇겠지만, 우리와 같이 콘텐츠를 다루는 회사들은 그 무엇보다도 기획력이 중요하다. 제안의 시대, ‘서드 스테이지’에서는 콘텐츠는 초 단위로 제안받고, 초 단위로 거절당한다. 사람들에게 꿈과 행복,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, 그러한 아이디어들이 샘솟을 수 있도록 조직을 꾸렸어야 했는데 그와 반대의 방향을 추구하지 않았나 반성해본다.

효율성은 목표가 아니다. 어디까지나 결과의 한 측면에 지나지 않는다. 따라서 처음부터 그것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. -p.143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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